2022년은 글로벌 금융 시장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이 이어진 한 해였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은 주식 시장 못지않게 거센 변동성을 겪었는데요. FTX 사태와 같은 초대형 악재로 인해 투자자들은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몸소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는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 구조 문제와 FTT(FTX 토큰)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순식간에 붕괴했습니다. 바이낸스가 보유하던 FTT 매각을 발표하자 가격은 하루 만에 75% 이상 폭락하며 뱅크런 사태까지 발생했죠. 이는 주식 시장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으로, 가상자산 투자 환경의 특수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적 차이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통적인 주식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을 비교하며 투자자가 반드시 유념해야 할 차이점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가상자산이란 무엇일까?
블록체인 기반으로 발행되어 전자적으로 거래되는 자산을 뜻합니다. 국내 특정금융정보법에서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전자적 증표 또는 그 권리”로 정의합니다.
흔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넓은 개념을 포괄합니다. 대체불가토큰(NFT),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ST)도 모두 가상자산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다양성 때문에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가상자산 및 디지털 자산 관련 법안이 10개 이상 발의되어 있으며, 투자자 보호와 업계 질서를 정립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법적 체계가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주식과 가상자산의 핵심 차이점 5가지
1. 지분 소유권 여부
주식은 발행 기업의 지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주식을 보유하면 배당금과 의결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면 가상자산은 지분이 아니므로 배당이나 의결권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증권형 토큰은 예외로, 실제 자산(부동산, 비상장 주식 등)을 디지털화한 형태이기 때문에 소유권과 배당 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증권형 토큰 발행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며 제도권 편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상장 구조의 차이
주식은 한국거래소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상장됩니다. 상장예비심사와 질적 심사를 통과해야만 투자자에게 거래가 허용되며, 결제와 예탁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가상자산은 명확한 상장 규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각 거래소가 자체 기준에 따라 상장을 결정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상장 폐지도 자체적으로 진행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가 출범해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식 시장과 같은 체계적인 관리 구조는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3. 거래 시간과 가격 제한
주식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만 거래할 수 있으며, 하루 변동폭은 상하 30%로 제한됩니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입니다.
반대로 가상자산은 24시간 365일 거래됩니다. 거래 시간에 제한이 없고, 가격 제한폭도 존재하지 않아 하루 만에 수백 퍼센트 급등락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FTT 사태처럼 하루 만에 75%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4. 시장 감시 제도의 유무
주식 시장에는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시장경보제도 등 투자자를 보호하는 여러 안전 장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가가 급락하면 일시적으로 거래를 중단해 투자자에게 판단 시간을 제공하죠.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에는 이런 제도가 없습니다.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유의종목 지정이나 투자 주의 공지를 발표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DAXA가 위험성 지표와 모니터링 기준을 만들고 있어 향후 변화가 예상되지만, 아직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5. 세금 부과 방식
주식에는 증권거래세, 배당소득세,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매도할 때는 차익 여부와 상관없이 증권거래세가 부과되고, 배당금을 받으면 소득세가 발생합니다. 대주주라면 양도소득세도 내야 하죠.
가상자산은 2025년부터 과세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 중 250만 원을 초과한 금액에 대해 20% 세율이 적용됩니다. 이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며, 주식과는 과세 기준이 다릅니다.
가상자산과 주식, 투자자가 알아야 할 리스크
아직 제도권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은 만큼 주식보다 훨씬 높은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 가격 급등락이 심하다: 단 하루 만에도 수십 퍼센트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상장 기준이 불투명하다: 거래소의 자체 기준에 따라 상장·폐지가 결정됩니다.
-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 시장 감시 제도가 없으므로 투자자가 직접 리스크를 관리해야 합니다.
- 과세 제도가 변화 중이다: 향후 세금 부과 방식에 따라 투자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은 투자자가 충분히 공부하고 대비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다.
마무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 안전 장치가 부족한 환경입니다. 주식과 비교했을 때 지분 소유권 부재, 상장 구조의 차이, 거래 시간과 가격 제한의 부재, 감시 제도의 미비, 세금 체계의 불확실성 등 여러 차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가상자산은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투자처라 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는 단기적인 시세 변동에 휘둘리기보다는 구조적 차이를 이해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특히 앞으로 마련될 제도적 변화와 규제 방향을 꾸준히 주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사는 것이 유리할까, 전세로 사는 것이 유리할까? 30년 뒤 자산 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