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이상 장기 연체된 무담보채권이 다시 정리될 예정입니다. 해당 제도는 신용 회복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정책입니다. 대상은 5,000만 원 이하의 무담보채권이며, 연체기간이 7년을 넘긴 채무자 약 133만 명, 전체 금액으로는 16조 원이 넘습니다. 정부는 이 채권들을 ‘배드뱅크’ 방식으로 매입해 정리할 계획입니다.

기존의 금융 시스템에서는 오랜 기간 연체된 채권이 존재할 경우, 금융기관 간의 신용정보 공유도 멈춰버리게 됩니다. 대부분의 금융사는 7년 이상 연체된 경우 더 이상 회수를 기대하지 않고 연체기록을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이 시점을 기준으로 정책을 설계한 것입니다.
채무자의 평균 부채가 5,000만 원 수준이고, 무담보라는 점에서 소득과 재산 심사를 통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전액 탕감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배드뱅크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정부가 운영하는 이번 배드뱅크는 단순히 연체채권을 매입해 파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채권 매입 후, 채무자의 경제상황을 꼼꼼하게 심사합니다. 이후 상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판단되면 채권을 전액 탕감하고, 일정 수준의 상환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원금의 최대 80%를 감면합니다. 나머지는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식을 적용합니다.
채권 매입은 정부와 민간 은행이 공동으로 자금을 조달해 이뤄집니다. 은행이 통상적으로 장기 연체 채권을 채권 추심 업체 등에 매각할 때는 액면가의 1~3% 수준에 거래되지만, 정부는 이를 약 5%에 매입할 예정입니다. 이를 환산하면 16조 원 규모의 채권을 8,000억 원으로 사들이게 됩니다.
정부는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4,000억 원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달하고, 나머지 4,000억 원은 시중은행이 공동으로 부담합니다.
은행 입장에서의 부담과 기대
이번 정책에서 은행은 받을 수 있는 빚을 탕감해주기 위해 일정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전한 금융 생태계 조성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실채권이 자산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정리하고 새로운 금융소비자층을 회복시킨다는 전략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은행은 정부와 공동의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나누는 형태로 참여하게 되며, 과거와 같은 대규모 경제위기를 사전에 방지하는 데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배드뱅크란 무엇인가요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인수해 정리 및 청산하는 역할을 하는 특별한 구조입니다. 일상적으로 운영되지는 않으며, 대규모의 부실채권이 사회 문제로 대두될 때 한시적으로 가동됩니다.
이 개념은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기업들의 대규모 부실로 인해 약 110조 원 규모의 채권이 문제로 떠올랐고, 정부는 약 40조 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채권을 매입했습니다. 이후 약 15년간 회수 작업을 진행해 46조 원 이상을 회수해냈습니다.
또한, 2003년 카드 대란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유사한 구조가 적용돼 개인과 기업의 신용회복을 도왔습니다. 2013년에는 가계부채 해소를 목적으로 한 배드뱅크가 운영됐습니다.
왜 지금, 다시 배드뱅크인가요
이번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악화된 개인의 신용 상태, 사회적 안전망의 부족, 그리고 회복 기회를 잃은 수많은 채무자들의 현실을 반영한 대응입니다. 특히, 기존 금융권의 신용회복 프로그램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장기 연체 채권 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연체자의 다수가 재산이 거의 없고,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도 없는 상태로 장기 채무를 떠안고 있어 경제활동 복귀가 어렵습니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신용회복의 기회를 부여해야 금융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지속 가능성이 확보됩니다.
향후 운영 방향과 과제
이번 정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채무자 심사 기준의 명확화와 공정성, 그리고 무분별한 탕감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정책 운영 주체인 배드뱅크의 투명한 집행과 운영 결과에 대한 주기적 공개도 신뢰 확보를 위한 주요 과제입니다.
더불어, 향후에도 경기 악화 시 장기 연체자가 다시 양산되지 않도록 신용교육, 금융상담, 채무조정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병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마무리
배드뱅크를 활용한 이번 장기 연체채권 정리 정책은 단순한 채무 탕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개인의 회생 가능성을 다시 점검하고, 경제 시스템 전반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기획된 구조입니다.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따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성과 신뢰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금융권이 함께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통해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고, 많은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