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 왜 지수 투자가 어려워졌을까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오랜 시간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은 점점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증시가 성장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한국 주식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 이익 측면에서의 정체: 주요 대기업들이 영업이익은 유지하고 있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를 겪고 있습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산업이 많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 밸류에이션 측면에서의 저평가: 한국 기업들은 순이익 대비 낮은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배를 밑도는 기업도 많고, PER(주가수익비율) 역시 선진국 대비 저렴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낮은 밸류에이션이 매력으로 작용하기보다는 구조적 저평가로 인식되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왜 지금 한국에 필요한가
한국은 선진국 지위에도 불구하고 ‘K-디스카운트’라는 말을 들어야 할 정도로 자본시장에 대한 평가가 낮습니다. 이 같은 저평가는 기업 지배구조, 배당정책, 자사주 활용 등에 대한 글로벌 기준과의 격차에서 비롯됩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다음과 같은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 기업의 자본 효율성 제고: 불필요하게 쌓아둔 현금을 활용하여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지배구조의 투명화: 주주권 강화를 통해 장기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 ESG 경영과 연계: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펀드 편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본 밸류업 정책, 무엇을 보여주었는가
한국보다 먼저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일본의 사례는 흥미롭습니다. 일본은 201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자본 활용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확대를 정책적으로 유도했습니다. 특히 아베노믹스와 연계된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핵심이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의 대표 지수인 니케이225는 2020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 기업들의 평균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상승하며 외국인 자금 유입 증가
- 배당성향이 30%를 넘기면서 주주친화 정책 강화
- 지배구조 투명성 확대를 통해 글로벌 ESG 기준에 부합
일본의 사례는 밸류업이 단기간 성과보다는 장기적 체질 개선의 수단이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밸류업, 현재까지의 성과와 평가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2023년 첫 도입 이후 점진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정책 발표 이후 기대감으로 증시 단기 반등
- 일부 대기업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발표 및 배당 확대
- 거버넌스 펀드 및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아직 신중합니다. 선언적 수준의 대응에 그치고 있는 기업들도 많고, 중소형주는 정책의 수혜를 받기 어렵다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또한 정책의 강제력이 부족하여 실질적인 개선보다는 ‘보여주기식 대응’에 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밸류업 정책, 앞으로의 변화 방향은?
2025년 6월 현재, 밸류업 정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6월 총선을 기점으로 정책의 연속성과 강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향후 시장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 정책의 법제화 논의: 기업의 자본 활용 및 공시 의무 강화를 법률로 명문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 대형주 중심에서 중소형주로의 확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정책 수혜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 ESG와의 결합 강화: 밸류업을 단순한 기업가치 제고가 아닌 지속가능경영과 연계해 접근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단기 투자 테마가 아닌,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흐름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K-주식 반격의 열쇠, 밸류업
한국 주식시장이 다시 글로벌 자금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신뢰 회복이 필수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회피하는 주요 원인이었던 지배구조 문제, 배당 미흡, 소통 부재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본질적인 전환이 어렵습니다.
밸류업 정책은 이러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이며,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방향성은 분명합니다. 개인 투자자 또한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시장 구조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변화만큼이나 정책의 연속성과 실질적인 실행이 중요합니다. 밸류업이라는 흐름 속에서 기업, 투자자, 정책 당국 모두가 역할을 다할 때, 한국 주식시장은 다시 ‘투자할 만한 시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무리
밸류업 프로그램은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닙니다. 시장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 자본시장을 선진화하려는 방향성을 담고 있습니다. 일본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이, 이는 시간이 필요한 개혁이며 전방위적인 변화가 요구됩니다.
지금은 그 첫 걸음을 뗀 시점입니다. 진정한 가치는 시간이 지나야 드러납니다. 앞으로 밸류업이 어떻게 진화할지, 그 중심에서 어떤 기업들이 기회를 잡을지 함께 지켜보며 현명한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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